나는 사람을 볼 때 말보다 태도를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불편한 순간에 어떻게 행동했는지,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그 사람을 조금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에 대한 첫인상이 생기면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몇 번의 장면을 보고 나면 나름의 윤곽이 생겼고, 그 판단을 다시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도 않았다.
얼마 전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몇 번의 모습을 보며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같았다면 딱 그 정도의 거리에서 관계가 정리됐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함께해야 할 일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몇 번의 장면을 더 보게 됐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도 조금씩 보였다.
어딘가 예전의 나와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툰 방식 때문에 본래의 의도와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한두 번의 행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처음에 불편함을 느꼈던 장면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장면에서 내렸던 결론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에 맞춰 다시 살펴야 했다.
얼마쯤 지나 그 사람에게서 같이 무언가를 해보자는 말을 들었다.
거창한 제안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말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무엇을 같이 하자는 내용보다, 나와 무언가를 같이하고 싶다고 생각해주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그리고 문득 예전의 나라면 이 말을 들을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아마 그 전에 관계의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의 다른 모습도, 그 뒤에 이어질 이야기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일을 겪었다고 사람을 보는 기준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도 말보다 태도를 보고, 몇 번의 선택이 그 사람에 대해 꽤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다만 예전보다 한 가지를 더 생각하게 됐다.
내가 본 장면이 사실이어도, 그 장면만으로 내린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사람은 단편이 아니다. 어쩌면 백 년짜리 장편인데, 반전 하나 없으랴.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에 대한 결론을 조금 늦게 마침표 찍는다.
판단을 미루겠다는 것도, 누구에게나 오래 기회를 주겠다는 것도 아니다. 내가 본 장면을 믿되, 그것만으로 아직 쓰이지 않은 다음 페이지까지 미리 정하지 않는 것.
그 정도의 여백은 남겨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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