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발자 행사를 보다 보면 비슷한 문구를 자주 보게 된다.
“AI 개발자를 모집합니다.” “AI로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AI만 사용해서 게임을 만들어보세요.”
각각의 행사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곳에 모아놓고 보면 지금 업계가 궁금해하는 것은 대략 비슷해 보인다.
AI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나도 이 질문에는 관심이 많다.
다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찾고 있는 ‘AI를 잘 쓰는 사람’의 능력 중 상당 부분은 사실 AI 자체를 다루는 능력이라기보다 현재 존재하는 AI 도구의 사용법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어떤 프롬프트를 먼저 입력하고, 결과를 다시 다른 모델에 넣고, 세션을 두 개 띄워 한쪽에서는 구현하고 다른 쪽에서는 검증하고, 특정 MCP나 에이전트를 연결하고, 컨텍스트를 이렇게 관리하면 결과가 더 좋아진다.
물론 이런 기술은 지금 분명히 유용하다.
나 역시 사용한다.
잘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생산성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을 보면서 가끔 이상한 느낌이 든다.
인간에게 AI라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도구가 생겼는데 정작 우리는 그 도구를 다룰 사람을 찾겠다면서 여전히
“누가 칼로 무를 가장 잘 베는가”
같은 대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칼을 쥐는 방법, 베는 각도, 힘을 주는 타이밍을 연구하고 그걸 가장 능숙하게 하는 사람을 찾는다.
그런데 우리가 받은 것은 칼이 아니라 계속해서 스스로 변하고 있는 무언가다.
지금의 AI 활용법은 얼마나 오래 중요할까
AI는 아직 불완전하다.
그래서 지금은 사람이 많은 것을 보완해야 한다.
질문을 잘게 나누고, 컨텍스트를 관리하고, 환각을 검증하고, 필요하다면 여러 에이전트를 역할별로 나눠야 한다.
말하자면 현재의 AI 활용 능력에는 AI의 부족한 부분을 사람이 대신 메워주는 기술이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AI가 계속 발전한다면 어떨까.
컨텍스트 관리가 더 좋아지고, 필요한 도구를 AI가 알아서 선택하고, 스스로 결과를 검증하고, 긴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 우리가 어렵게 익히고 있는 많은 테크닉은 AI가 대신 해주는 영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과거 개발자가 직접 신경 쓰던 수많은 것들이 언어와 프레임워크와 플랫폼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가장 크게 발전할 기술을 두고 우리는 그 기술의 현재 버전에서 가장 능숙한 사용자를 찾는 데 너무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
AI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필요한 능력을 AI 시대의 핵심 능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무엇이 남을까
나는 오히려 AI와 대화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조금 다르다.
특별한 문장을 외워 입력하는 능력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분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상대가 한 말을 이해하고, 잘못된 전제를 발견하고, 필요하면 질문을 다시 만들고, 서로 다른 답을 비교하고, 끝까지 생각을 발전시키는 능력이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지능과 대화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이 능력이 전혀 새로운 능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과 대화할 때도 똑같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그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지 구분하고, 사실과 의견을 나누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상대의 주장에 끌려가기보다 전제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다시 질문한다.
AI와의 대화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차이가 생긴다.
사람보다 감정이 적다.
체면도 없고, 자존심도 없고, 내가 반박했다고 삐치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형태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훨씬 더 집요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훨씬 더 자유롭게 생각을 수정하는 대화.
나는 오히려 이쪽에 AI 시대의 중요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AI를 잘 쓰는 사람과 AI 사용법을 많이 아는 사람
그래서 나는 둘을 구분해서 보고 싶다.
AI 사용법을 많이 아는 사람과 AI를 잘 쓰는 사람.
지금은 둘 사이의 차이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AI가 아직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어떤 모델이 어떤 작업을 잘하는지 알고, 프롬프트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알고, 여러 도구를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 사람이 실제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
하지만 AI가 좋아질수록 이 둘은 점점 분리될 것이다.
도구 사용법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그 도구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인지의 중요성이 커진다.
어떻게 시킬 것인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
답을 얻는 능력보다 그 답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능력.
AI에게 일을 시키는 능력보다 AI와 함께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결국 다시 사람의 능력으로 돌아온다.
사고하고, 질문하고, 듣고, 의심하고, 판단하는 능력.
그래서 나는 AI 시대의 경쟁력을 단순히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로만 보고 싶지 않다.
지금의 도구를 빠르게 익히는 능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과도기적인 기술인지 구분하는 능력일 것이다.
AI가 더 많은 것을 대신할수록 사람에게 남는 질문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무엇을 물을 것인가. 어떤 답을 믿을 것인가. 무엇을 의심할 것인가. 그리고 결국, 무엇을 판단할 것인가.
AI가 발전할수록 사람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일의 위치가 바뀌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구를 조작하는 사람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으로.
답을 만들어내는 사람에서, 답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람으로.
나는 그 변화가 지금 우리가 말하는 ‘AI를 잘 쓰는 사람’의 정의도 결국 바꾸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