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윤창원uiwwsw · 작은 우주

사유와 일상

맛이 있다

맛있다는 말은 참 재미있다. 한국어의 ‘맛있다’는 원래 ‘맛이 있다’와 닿아 있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맛이 존재한다는 뜻보다 음식이 좋고 만족스럽다는 쪽에 가깝게 쓰인다. 그래서 가끔은 난감하다. 분명 무언가가 입안에 들어왔고 자극도 있는데, 그렇다고 선뜻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차라리 맛이 없다고 하기보다, 맛이 또렷하지 않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때도 있다.

이것을 실제 어원이나 역사에 대한 설명으로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말을 나누어 읽다 보니, 이런 상상도 해보게 된다. 오래 먹고사는 일이 급했던 삶에서는, 맛이 좋은 것보다 일단 맛이 느껴지는 것을 먼저 받아들여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도 결국은 그쪽에 가깝다. 충분히 풍요로워서 섬세한 차이를 고르기보다, 허기를 잠시라도 덜어 주는 감각이 더 절실했던 삶. 그런 삶을 상상하고 나면 내게 ‘맛있다’는 말은 단지 정교한 미각의 감탄이 아니라, 일단 먹을 만하다는 안도에서 먼저 시작된 표현일지도 모른다.

Assisted by AI

윤창원이 벨로그에 남긴 글을 이 작은 우주에도 모았습니다. 사진은 누르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원문의 전체 서식 보기 ↗

모든 글 둘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