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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원uiwwsw · 작은 우주

사유와 일상

고마움을 안다는 것

내가 했던 이야기를, 며칠 뒤 다른 사람의 입에서 다시 들은 적이 있다. 그럴 때 그 말은 이상할 만큼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마치 그 사람 안에서 스스로 떠오른 생각처럼, 혹은 처음부터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말처럼 들릴 때가 있다.

그 사람이 일부러 출처를 지웠다고 생각할 근거는 없었다. 말은 여러 대화를 지나며 섞이고 다른 경험과 만나 새로운 생각이 되기도 한다. 다만 그 장면에서 내가 왜 서운했는지는 돌아보고 싶었다.

아마 나는 그런 지점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내가 자꾸 되짚게 되는 것은 늘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지금의 나를 만든 태도와 문장들에는 언제나 어떤 출발이 있다. 한 사람의 말일 수도 있고, 오래 붙들고 살아낸 시간일 수도 있다. 겉으로는 짧고 단순해 보이는 말이라도,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축적이 남아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내게 고마움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인사말이 아니라, 내 앞에 놓인 것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보는 감각에 가깝다. 내가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무엇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어떤 말과 마음이 내 안에 남아 지금의 생각이 되었는지를 잊지 않는 일. 나는 그 감각이 사람을 조금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눈앞에 드러난 결과를 보고, 누군가는 그 결과가 오기까지의 시간과 맥락을 함께 본다. 나는 점점 후자에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함부로 지나치지 않는 사람, 말의 표면보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을 함께 느끼려는 사람 말이다.

누군가 내 몫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만큼, 나도 다른 사람의 몫을 충분히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도움의 출처를 기억하는 기준은 내가 먼저 지켜야 할 일이기도 하다.

결국 고마움을 안다는 것은, 모든 것에는 처음의 씨앗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씨앗을 알아보는 마음이 사람을 조금 더 겸손하게, 그리고 조금 더 깊게 만든다고 믿는다.

Assisted by AI

윤창원이 벨로그에 남긴 글을 이 작은 우주에도 모았습니다. 사진은 누르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원문의 전체 서식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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