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하고 10년이 흘렀다. 돌아보면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지만, 그것은 내가 대단한 존재가 되었다는 선언은 아니다. 도리어 그만큼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부족한 동료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고백에 가깝다.
그 시간을 함께해 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갈 길을 잃었을 때 기준이 되어준 선배들, 부족한 선배를 믿고 보폭을 맞춰준 후배들. 지금의 나는 내가 일군 성과라기보다, 그들이 남긴 흔적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정답을 배운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건네받으며 지내온 것 같다. 어떤 질문은 즉각적인 답을 주지 않았고, 나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불편함 덕분에 나는 멈춰 설 수 있었고,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좋은 대화란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나를 키운 것은 재능이나 속도가 아니라, 질문을 건네준 동료들이었다.
이제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정답을 서둘러 내밀기보다, 생각이 자랄 여백을 남기는 말을 건네고 싶다. 통찰을 바탕으로 선의를 담아 나누는 대화. 그것이 10년을 보낸 개발자로서 내가 가진 가장 솔직한 도구가 아닐까 싶다.
함께한 사람들이 모두 곁에 남아 있지는 않다. 다른 곳으로 간 동료에게도 배운 것이 있고,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도 배울 일이 남아 있다. 다만 나는 앞으로도, 누군가의 생각이 자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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